장농 속을 정리하다 우리할미가 낡은 사진 두 장을 보여준다. 하나는 일본에 있는 딸네집에서 65세
생일을 맞아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란다. 우리할미는 1935년생이니까 올해 우리나이로 82살,
그러니까 15년 전쯤에 찍은사진이다. 일본에서는 생일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게 풍습이란다.
큰머리(우리같으면 올림머리)를 하고 일본식 전통복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다. 머리모양이나
장식이나 복장이우리와 사뭇 달라 보여 이색적이다. 머리에 하얀 모자를 올리고 치마를 늘어뜨리고
다시 무언가 주렁주렁 달았다.그 무늬 또한 화려하여 무슨 행사나 예식에 입는 옷같이 보여진다.
살풋 미소를 띤게 나이를 들어도 예뻐보인다. 사진이 오래되어 푸른끼가 감돈다. 카메라로 찍어
들여다 보니 군데군데 점박이고 상처가 나있다. 조심스럽게 왜곡도 바로잡고 도팅(dotting),
즉 점땜빵을 하다 보니 3시간이나 걸렸다.
그리고 나머지 사진 한장, 갈색으로 변한 사진은 시집가고 나서 24살때
찍은 사진이란다. (처음엔 처녀 때사진인줄 알았다).
말썽꾸러기 시골처녀가 시집가더니 얌전하게 한복으로 차려입었다.
누가 봐도 티없는 이쁜 얼굴이다. 김해 진영이 고향으로 딸만 여섯인데
막내딸이란다. 집이 과수원을 하여 과수원집 막내딸로 불리운다.
또한 김해 허(金海 許)씨 집안으로 가야국 황족의 후예라고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할미는 누가 봐도 억척스럽게
보이는데 마음만은 비단이고 순진하다. 사리분별을 알고 경우에 어긋난
짓을 하면 누구라도 혼난다. 또 욕도 잘 하고 목소리도 크다.
우리할미가 좋아하는 TV프로는 딱~세가지, 대한민국만세 삼둥이(얘들이
안나오고부터 잘 안보신다), 펫파크의 고양이와 개 등의 반려동물 이야기,
그리고더 좋아하는 것은 UFC 즉, 치고받고 하는 킥복싱이다.
킥복싱에 빠져있으면 손이고 발이고 오르락내리락 한다. 게다가 팔이나
목에 조르기가 들어가면고오상~고오상~하고 외친다. 더 얻어터지고
죽티반티 되기 전에 고오상(こうさん: 降參)즉, 항복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가끔 나는 우리할미를 조폭마누라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가신 할미의 영감이 소를 잡을 정도로 힘이 장사고
주먹깨나 쓰는 조폭의 우두머리 즉 오아붕(おやぶん: 親分)이었단다.
지금과 같은 조직폭력배와는 거리가 먼 열혈청년(熱血靑年),
조금 오버를 하면 일제시대의 김두한(金斗漢)같이,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는 거리의 협객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내가 할미의 나이를 물으면 잠시 생각다 79살이라고 한다. 주민등록증에
1935년생이라면 우리나이로 82살이어야 되는데...보통은 실제나이보다
신고가 늦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거꾸로다. 이야기인 즉 당시에 빨갱이에 의해
동네 동사무소가 불에 탔단다. 그래서 호적도 일부 소실되어 나중에 다시
나이를 아버지가 신고할 때 2살 먼저 되어서 그렇단다.
아버지가 딸의 나이를 잘못 등록신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또 있기도 하다. 우리 사촌형은 2년 터울인 바로 위의 형이 죽자 이름과
나이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40여년 간격의 사진 두장, 우리할미는 이것을 쳐다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그게 바로 우리의 삶,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2016년 3월 28일 니콘 D7200 니코르 AF-S DX 16-85mm F3.5-5.6G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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