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7 마리의 길고양이새끼 이야기~~!!

캄문 2022. 5. 8. 23:49

저녁 6시경, 안채 주인집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아들이 보일러탱크

실옆에 고양이새끼가 6마리 있는 걸 발견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전에 살던 집에서부터 고양이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터라 이게 왠 떡인가하고 

가보았더니 아닌게 아니라 보일라탱크 시멘트 담벼락 코너에 얼굴을 처박고

마치 한무더기처럼 붙어있는게 아닌가~ 

 

 

 

급히 돌아와 빈 과일박스와 유리테프와 사무용칼을 가지고 가 녀석들이 들어갈

박스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상자높이가 낮아 기어나올 것만 같아 테프로 덮개

부분을 붙여 올렸더니 높이가 40cm쯤 된다. 얇은 PVC쿠션을 깔고 녀석들을

옮겼더니 다섯마리다. 주인집아들이 별로 크지 않은 보일러물통을 들어보자고

해서 같이 들어올렸더니 밑에서 두마리가 더 나와 전부 7마리가 되었다. 

 

나는 무슨 보물이라도 얻은 양 녀석들이 든 상자를 안고 모퉁이를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고양이가 든 박스를 밖에다 놓고 현관문 안쪽에 걸터앉았다. 아직

햇살이 조금 남아 녀석들을 한마리씩 집어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다시 주인집에서 전화가 왔다. 집에서 키우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안그래도 길고양이들이 좁은 통로 여기저기에 똥을 싸서 여간 귀찮아 하시는게

아닌 터이다.

 

자기딸래미가 유기동물보호소에 전화를 했더니 어미와 함께가 아니라면 데리고

가질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손 탄 흔적이 있으면 어미가 젖을 안준다고도

하며 집밖에 내놓 길 권하였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박스도 신통찮아 

나오면 차에 치일 염려도 있으니 뒷켠 장독이 있는 골목에 내놓겠다고 하였다.

고양이가 다니는 길목이라 어미가 보면 데리고 가지 않겠느냐~ 하고 결론이 났다. 

 

 

 

데리고 갈 땐 가더라도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방안으로 박스를 옮겼다. LED

스탠드를 켜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녀석들이 신기한 듯 빤히~쳐다보는 놈도

있었다. 힘이 센놈은 박스를 기어올라오는 놈도 있고 호기심많은 놈은 과일박스

손잡이구멍으로 빤히바깥을 내다보기도 하나 대부분은 한데 엉켜 곯아떨어진다. 

 

우리할미가 말하기를 고양이는 추운 것을 싫어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한단다.

그래서 대부분 보일러실 같은 따뜻한 곳을 좋아하나보다. 그리고 보니 전에도

보일러실 근처에서 고양이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나는 자는 녀석을 깨워가며 때로는 손가락사이에 얼굴을 집어넣고 괴롭혀가며

인물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야~일어나~! 주민등록사진 찍어야지, 세상에 태어

났으면 신고부터 하는거야~> 녀석들을 번갈아가며 찍기 시작했다. 대충 찍었다

싶을 땐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녀석들 뭘 주지? 우유도 없고~ 할 수없이 할머니가 잘 먹는 두유를 따라 플라스틱

통에 담아주었으나 신기한 듯 쳐다만 보고 먹질 않았다. 세상에 나와서 아는 거란

엄마젖 밖에 모르나보다. 

 

이젠 밖에 내놓을 차례다. 녀석들이 나올까봐 다시 치킨박스로 뚜껑을 해달았다.

PVC쿠션이 녀석들의 발톱에 갈기갈기 찢어져서 신문지 하루분을 도톰하게 깔아주었다.  

 

잠잠하길래 살짝~들여다보니 어두워서 인지 전부들 한쪽구석에 엎치락뒷치락

한무더기로 포개어져 자는 것이다. 상자를 안고 장독이 있는 담벼락 골목에 내다

놓았다. 어미가 다니는 골목이니 데리고 가겠지 하고~

 

 

 

한참있다 아무래도 밤기온이 차고해서 걱정이 되어 안입는 점퍼내피를 빼서

들고 머리에는 LED캠핑라이트를 쓰고 가보았더니 불빛에 몇놈이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닌가~ 야행성동물이라 잠귀가 밝은가 보다하고 내피로 녀석들을 한꺼번에

덮어주고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녀석들이라 현관문을 열고 모퉁이를

돌아가니 왠걸~박스밖으로 점퍼내피가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어미가 데리고 갔나

보다하고 부랴부랴 안을 들여다 보니 한마리가 남아 있고 여섯마리가 없어진 것이다.

 

다시 모퉁이를 돌아가보니 담벼락골목 막다른 곳에 두마리가 구석에 모여 있었다.  아~어미가

와서 밤새도록 물어가고 아직 세마리가 남았구나하고 안심했다.

 

 

 

아침을 먹고 한참후에 다시 가보니 남은 세마리도 모두 없어졌다. 밤새도록

자기새끼를 물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긴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앞집 2층을

바라다 보니 계단밑에 어미로 보이는 녀석이 우두커니 앞을 바라보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앉아있었다. 나는 이녀석과 몇번 만난 적이 있어 어미란

걸 알고 있었다. 2층아주머니가 보이길래 <글쎄, 저녀석이 새끼 7마리를 낳아

보일러실에 두었다가 여기다 옮겨놓았더니 밤새 다 물어다 다른 데로 옮겼네요~>

 

2층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석들 아래 보일러실 근처에 있을꺼야~>

 

 

 

이렇게 하여 길고양이새끼 7마리의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애초부터 그대로

두었으면 어미가 알아서 했을텐데 괜히 사람이 나서서 일을 번거럽고 복잡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길고양이의 본능대로 새끼들을 보호하고

먹이고 했을텐데...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덕분에 너희들의 예쁜 사진을 찍게 해줘서 고맙다. 길고양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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