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하이

백로의 난무(亂舞)

캄문 2016. 7. 30. 00:49

두 달에 한번쯤은 금정천을 찾는다. 근처 병원에 오는 기회가 두 달에 한번 꼴이다.

남는 두어 시간에 금정천을 들린다. 이날도 여름꽃이 남아 있으면 접사나 찍을까하고

들렀다. 한여름 무더위에 피는 야생화도 별로 없고 지천에 개망초와 기생초 그리고

루드베키아가 전부다. 벌레란 놈도 화려한 기생초나 루드베키아보다 하얗고 작은

개망초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겐코 익스텐션튜브 36mm로 접사를 찍고 있으려니

저멀리서 하얀 백로 한마리가 개천 너머에서 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DX16-85mm 표준줌은 제껴두고 얼른 18-300mm 슈퍼줌으로 갈아끼우고 녀석을 쉬엄쉬엄

뒤좇았다. 언제나 녀석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기껏해야 300~400m 날아가서 큰 날개를

한번 펴고 풀섶에 앉는다. 오르내리기를 서너번 하다 보니 이번엔 백로 두마리가 반대편

개천가에서 서로 맞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서로 마주보기도 하고 부둥켜 안기도하고 부비기도

하고 물을 튀기기도 한다. 암수가 아니고는 이렇게 서로 희롱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라 보이는대로 찍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별로다. 노출이

제대로 맞질 않는 실패작이다. 반대편 개천섶이 전부 짙은 초록이라 -2/3(-0.7)EV까지 내려서

찍었는데도 말이다. 굳이 변명을 대자면 이날은 너무 화창하여 백로의 날개가 희어서 노출이

부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즉 -1.7~-2.0EV정도 주었어야 적정노출이라고 생각된다. 겨우

보정을 하여 몇장 디테일을 살려 보았다. 나는 역시 만년 초보다...

2016년 7월 20일 D7200 & 슈퍼줌 18-300mm F3.5-5.6G VR